김치와 일본

1980년 이후 외국인들 중에 김치를 기호식으로 인식하여 곧잘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김치가 수출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일본인들이 근년에 들어와서 이렇게 김치를 선호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1970년 이후 일본인들의 식생활에서 동물성 단백질이 차지하는 비율은 서양인의 섭취량과 비슷한 수치에 이르렀다. 자연 현대병으로 일컬어지는 비만과 같은 성인병이 만연하게 된다. 이에 따라 건강식품이 일본인들의 관심을 끌었고, 이때를 맞추어 우리 나라의 김치 역시 건 강식품의 한 종류로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일찍이 조총련계의 제일교포 집단에서는 '모란봉김치'라는 상호로 김치를 만들어 제일 교 포를 상대로 판매하였다. 이것이 일본에 상품으로 김치를 소개한 최초의 김치 업체이다. 한국 내의 김치 업체들도 이제 일본에 김치를 수출하고 있다. 1980년 이후 본격적으로 나선 일본 김치 수출은 주로 제일 교포를 상대로 한 것이었다. 이들 업체들 중 일부는 1970년대 중동지방의 건설 붐에 편성하여 현지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김치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들이었다. 중동 건설 붐이 1980년에 들어와서 시들어지자 새로운 판로를 찾은 곳이 일본이었다. 그 시기는 마침 일본 내에서 건강식품에 관심이 집중되던 시기와 맞아떨어졌다.

지금은 꽤 많은 한국의 김치업체와 일본 현지 제일 교포의 김치업체가 일본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1992년 일본 정부의 비공식 통계자료에 의하면, 일본 내 식품전문점에 서 김치를 취급하는 점포의 비율은 95%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 점포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김치를 '구색 갖추는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만큼 김치가 일본 내에서 판을 친다.

김치의 특성은 일반적으로 김치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김치는 지역 및 계절별로 생산되는 채소원료가 다르고, 양념의 종류, 배합비율 및 숙성방법이 매우 다양하다. 또 각 가정마다 전래의 독특한 방법으로 담그기 때문에

솜씨에 따라 각양각색이며 식생활 양상의 변화에 따 라서도 달라진다. 지금까지 조사된 김치의 종류만 해도 190여종에 이르고 있다.

특히 김치는 그 지역의 생태적 특징을 담고 있는 문화요소로서 지방문화의 한 축을 이루 고 있다. 김치산업의 전국적인 발전으로 김치의 맛과 형태가 표준화, 과학화, 그리고 상품화 가 이루어져 한국을 대표하는 김치의 등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김치의 맛으로 대 표되는 지역성은 보존될 필요가 있다.

또한 김치는 원래 그 원재료의 생산 시기에 맞추어 계절에 따라 다른 종류의 김치로 발전 하였다. 현대에 이르러 원재료의 조달이 용이해지면서 계절김치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고는 하나 그 별미를 잊기는 어렵다.

일본에도 우리 나라의 김치와 비슷한 채소의 소금 절임이나, 된장 간장에 담근 장아찌식 절임과 젖산발효 초기에 머무른 비교적 담백한 야채 절임류가 많다. 그러나 식품의 다섯 가지 기본 맛에다 젓갈로 인한 단백(蛋白) 맛과 발효의 훈향을 더하는 일곱 가지 독특한 풍미를 갖춘 발효야채식품은 한국의 김치뿐이다.

일본의 고대 즈게모노가 어떤 형태를 가졌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문헌으로 으뜸은 일 본 대사(東大寺)의 정창원(正倉院)에 보관되어 있는 나라시대 관문서류(官文書類)인 『정창 원고문서(正倉院古文書)』이다. 여기에 즈게모노에 관한 기록이 있다.

재료는 등과 가지, 파, 삽주, 고사리, 순무, 다북쑥, 생강, 천축, 양하, 산난, 아욱, 배추, 여 귀 등이다. 이들 재료는 대부분 야초산채류(野草山菜類), 곧 야채로 불린다. 대부분의 야채 류는 염지(鹽漬)를 하며, 오이와 순무는 장지(醬漬)나 조지(糟漬)를 하기도 한다. 채소를 절 이는 데 쓰이는 것으로는 소금이 가장 많지만 이외에도

간장과 된장, 술지게미 그리고 초 를 이용하였다.

『정창원고문서』가 기록된 일본의 나라시대는 일본이 중국의 당나라로부터 문물을 집중적 으로 수용하던 시기이다. 따라서 나라시대의 즈게모노는 중국의 '菹'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 았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일본의 즈게모노는 중국의 『제민요술(濟民要術)』에서 소개한 채소절임법을 많이 닮았다. 채소절임음식의 '중국 기원 및 전파설'을 주장하는 마에다 현재의 즈게모노를 분류 하면서 맛을 기준으로 하여 크게 세가지로 나누었다. 채소의 맛을 주로 한 즈게모노, 채소의 발효맛을 내는 조미료의 맛이 혼합된 것, 그리고 채 소의 맛보다는 조미액의 맛이 주체가 된 즈게모노가 그것이다. 아울러 제법을 기준으로 소 금에 절인 것, 쌀죽과 소금에 절인 것, 술게미에 절인 것, 미소(일본식 된장)에 절인 것으로 나누었다.

이것은 『정차원고문서』에 소개된 즈게모노의 종류와 일맥상통하고, 또 중국의 『제민요 술』과도 관련을 맺고 있다.

이렇게 도입된 중국의 채소절임음식 '저'가 일본 음식문화와 접촉하여 각기 현재의 나라 지(奈良淸:糟淸), 복신지(福神淸:醬淸), 택임지(澤淹淸:菹)로 전래된 것이다.

한국김치, 일본지물과 젓갈류 중의 무기질 함량의 차이

한국의 김치와 일본의 쯔게모노, 그리고 한일양국의 젓갈류는 공통의 전통식품이다. 이들 식품을 식품학적 관점에서 비교, 검토하는 것은 한일양국간의 식문화의 공통성과 상위성 그리고 독자성을 파악하는데 중요하다고 보아 금번 이들 전통식품의 무기질을 분석, 비교, 검토했다.

1. 한국의 김치 중의 식염농도는 1.8이고 일본쯔게모노는 1.8∼5.3

(저농도 조미쯔게모노:2.8, 일본산김치:1.8, 간장 쯔게모노:5.3)이다.

2. 김치의 Na/K 치는 1.7이고 쯔게모노의 Na/K 치는 2.6∼27.3

(저조미농도 쯔게모노:4.6, 일본산김치:2.6, 간장 쯔게모노:27.3)이다.

3. 김치는 쯔게모노보다 식염이 적고 Na/K 치가 낮으므로 고혈압의 원인이 되는 식품으로 볼 수 없는 것으로 사료된다.

4. 김치 중의 K, Ca, Mg는 쯔게모노보다 현저하게 높다.

5. 김치 중에는 어개류를 통해 들어온 Ca량이 높고 쯔게모노에는 식물성식품에 의한 Ca이 들어있다.

6. 한국의 젓갈은 일본에 비해 식염과 Na양이 많고 Na/K 치도 높다.

이상의 결과에서 양국간에 유사성이 보이는 김치와 쯔게모노에서 그 재료와 식습관상의 차이점이 나타났고 김치는 다양한 식품이 혼합되어 복합적인 맛을 내나 일본은 단순, 담백한 맛을 기호하는 각각의 특징이 보이고 있다